공대 대학생 분들, 정말 대학원 가시려구요?

안녕하세요, 꾹이입니다.

저는 2020년 2월 부로 카이스트 박사 졸업장을 받고,

3월부로 국내 대기업 연구소 중 한곳에 재직중인 사회초년생입니다. 

공대 석박사 진학을 고민하시는 대학생분들께 그래도 저의 대학원시절 제가 느낄 수 있었던

현실 경험을 공유해드리고 싶어서 대학원갈까말까에 대한 내용으로 한번 준비해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학원은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연구라는게 분야마다 정말 천차만별로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결국 자기만족의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정말 대단한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눈만 보더라도, 연구에 열정이 넘쳐흐르는게 선하게 보이고, 
이 세계의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정말 밤낮없이 그 문제만 생각합니다.

어떻게보면 중독과도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하죠. 

이런 분들이 바로 그런분들입니다.

정말 심하게 연구에 중독이신 분들은 정말 인간적인 면이 안보일정도로 차가우신분들도 많습니다.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을때에만 연락하고, 그외에는 거의 연락도 없죠. 

실제로 만나면 정말 친근하게 잘 지내지만 정말 연구에 집중하면 그것외에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저같이 연구에 대한 회의감이 많은 사람에게는 조금 섭섭함이 느껴질 정도더라구요.

이 세상에는 해결되지 않은 미해결난제가 정말 수두룩 빽빽합니다.
그 난제를 해결하기위해서 지도교수님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과거에 다른 사람들이 했었던 관련 논문들부터 시작해서, 그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부합니다. 

몇주일정도 관련 논문 및 서적을 파다보면, 아~ 이렇게하면 해결할수도 있겠는데? 라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또 몇주 지나면 결국 자신의 생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게되는 순간이 오는데요,

그걸로 자신의 논문을쓰고, 그게 바로 자신의 대학원 실적과 실력으로 연결이 되는겁니다.

이 세상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들 중 하나를 골라서, 

그걸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풀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뿌듯하기 그지없겠죠?
박사학위라는건 그걸 한번 해본 경험이 있다고 주는것이고, 

따라서 박사학위는 사회에서 연구자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면허증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이공계쪽 연구자들에게는 좋은 환경과 대우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박사학위 따는데 공부한 시간은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뺨치는데, 대우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안좋습니다.

미국과는 정말 다르죠. 

그래도 공대쪽은 그나마 나은데, 자연계열은 정말 말도안되게 박터집니다. 

우리나라는 공대쪽, 공대쪽도 기계 전자 화공 아니면 공기업 공무원밖에 할 게 없을 정도로 사정이 안좋죠.

또한 각종 기득권 보호용 규제에, 세금은 또 얼마나 떼가는지 말도 못합니다. 

연구자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 쓰면 뭐합니까? 기술이전하면 세금으로 또 어마어마하게 떼갑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연구에 열정이 넘치는 주위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열정을 폄하하는것은 아닌데요, 
저렇게 열심히해도 그만큼 대우도 못받을 건데,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정도로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제가보기엔 저분들 정도면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런데 가면 연봉 3억은 그냥 쉽게 찍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재밌다니 뭐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다가 갑자기 그 해결법을 깨쳐서 와~! 하는 그 느낌이 정말 재밌고 좋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런 열정이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제 전공 지식과 박사 졸업장은 향후 투자를 위해 돈을 벌기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대학원 2~3년차때부터 정말 이렇게 공부시간도 비슷할바에야

차라리 의사한의사를 하는게 훨씬 나았을 거라고 100번 천번을 더 후회했었던 것 같아요.

말이 좋아서 연구에 대한 열정이지, 

실상은 몇달째 밤낮없이 머리싸매고 밥도 잘못챙겨먹고 건강해치는 노동 중에 상노동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몇 달이 지나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정말 기분좋고 성취감도 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을테지만, 

그 몇 달동안 받는 스트레스는 헤아릴수 없이 극심합니다.

연구 초반기에는 뭐가 정말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하나도 모른채로 문제가 하나 주어지는데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의심해가며 파헤쳐보면서 연구해야합니다.

쉬운게 아니죠. 정말 오래 걸리는 상노가다입니다.

뭐 제가 미래에 연구자가 될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전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처럼 이런 대학원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분명 많을거라 생각하구요, 

아직 대학원 경험 못하신 분들에게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걸 한번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모두 제 주관적인 경험이니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본인의 판단하에 잘 걸러서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대학원을 어쩔수 없이 군대 문제 때문에 석사학위까지는 최소로 따야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제가 보기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석사병특 제도는 상당히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박사로는 국가연구소에 취업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석사병특으로만 들어갈수있는 정부출연연구소나 국가연구소도 있습니다.

이 또한 잘 찾아보시고 정말 열심히 준비하신다면 석사병특 이후 바로 정규직 전환을 통해 정년이 보장되는 아주 편한 인생을 사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런 케이스의 경우, 정말 피나는 경쟁이 있겠죠.

아마도 공기업 채용 경쟁 못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군대 가기싫어서 어중간하게 석사병특 준비해가지고,

대충 안좋은 기업에 들어가서 개고생하면서 후회할바에야

그냥 차라리 1년 6개월 육군 시원하게 다녀오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점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박사를 하실생각이시라면, 이것만 명심하십시오.
박사는 무조건 빨리 졸업장 따는게 최우선입니다. 

석사2년 마치고, 박사과정만을 봤을때 국내 대학원은 제가보기에 3년 졸업이 거의 최대한 빨리 졸업하는것이구요, 

보통 평균적으로는 4~5년, 길면 그 이상도 하시는분들 많이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정말 살기힘들게 일을 시키더라도 졸업은 빨리 보장해주시는 교수님이 계시면 그분에게는 충분히 진학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사는 개고생하는한이 있더라도 빨리 끝내는게 가장 좋습니다.

솔직히 말이 4~5년이지 매일 정해진 출퇴근시간에, 졸업을 담보로 교수님이 시킨일, 하기싫은일도 억지로해야하구요, 또 급여는 쥐꼬리인곳이 수두룩합니다. 등록금 기숙사비 빼고나면 월 5~60만원이나 그 이하로도 생활하시는분들 정말 많습니다.

또 너무 단점만을 말씀드리는 것 같아 그나마 장점을 말씀드리자면, 박사졸업하게되면, 똑같은 월급쟁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구자로써 비교적 편한 일과 워라벨이 그나마 보장된 삶을 살 수 있는 건 장점입니다. 

그래서 박사는 빨리 졸업하는게 가장 베스트라고 하는거죠. 그런데 그게 굉장히 어렵긴합니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졸업 빨리 시켜주시는 지도교수 정말 잘 고르시는게 전공분야 고르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네, 그럼 오늘의 요약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군대문제나 취업 회피용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시는데요,
정말 신중하게 고민하시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석사까지는 그래도 군대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도 있을것이고, 

그나마 기간이 2년으로 짧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박사는 정말 이야기가 다릅니다.
장난반 진담반이지만 박사할바에야 의사한의사세무사 같은 자격시험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구요. 

제 글이 여러분의 진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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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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